숨 쉬는 모든 것들 중에
오늘은 두 시에 기상했다.
일어나자마자 지눈떳이라고 트위터에 올리고
디코에 누가 있나 확인했는데 아무도 없었다.
일어나자마자 디코 확인했다 하니까 얌시가 웃었다.
뭔가 얌시가 자주 노래 틀고 혼자 있으니까
나도 가서 같이 노래 듣고 있는다.
혼자면 외롭잖아...ㅎㅎ
점심을 먹어야하는데 집에 있는 걸 먹고 싶진 않아서
일단 준비를 하고 나가서 사 먹을 생각을 했다.
집 근처에 있는 수유리우동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우동이랑 김밥을 시켰는데 김밥은 남겼다.
그래서 포장을 해서 저녁으로 다시 먹었다.
점심으로 이렇게 먹었더니 배가 너무 불러서
바로 운동을 가려고 했던 걸 조금 미루고
소화를 시키려고 산책을 하기로 했다.
우리 동네에 작은 공원이 하나 있는데
나무가 많아서 걷고 있으면 상쾌해진다.
산책하다가 이 풍경을 찍어 티톨에 올리면
좋겠다 싶어서 사진을 몇 장 찍어봤다.


어제도 말했지만 풍경사진을 자주 찍는 편이 아닌데
얌시가 티톨에 사진 올려주는 게 좋아서
나도 올려보려고 찍다 보니 뭔가 기분이 좋다
내가 보는 시야를 다른 사람에게도 공유한다는 게
거리는 멀어도 같이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새로운 취미나 습관을 많이 만드는 것 같아서
마음이 든든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추억도 계속 쌓아가는 거겠지.

원래 새로운 것을 많이 두려워하는 편인데
요즘에는 그런 게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사진 찍고 올리는 건 새로운 것이라곤 해도
부담이 있는 게 아니니까 애초에 아무렇지 않지만
그런 것 말고도 지금처럼 티톨을 꾸준히 쓰는 것도
헬스를 등록해서 나름 열심히 운동을 계속하고
일을 그만두고 백수로 살겠다는 다짐을 한 것도
예전의 나에겐 정말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일기를 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건 아니지만
금방 질려서 안 하게 될까 봐 시작 전에 망설이는 것.
헬스 등록해놓으면 돈 아까워서라도 나가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까 봐 걱정부터 하는 것.
쉬어도 될 나이이고 모아놓은 돈도 여유 있지만
다시 일을 시작할 때 느낄 막막함을 무서워하는 것.
그러니까 난 항상 시작도 전에 끝을 두려워한다.
열심히 해오던 걸 순식간에 포기해버렸던 기억 때문에
아직도 그 좌절감을 다시 느낄까 봐 걱정한다.
지금은 딱히 그렇지 않다.
원래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거란 전제 하에 움직이는데
몇 번 부딪혀보니까 생각보다 내가 걱정하는 일은
잘 일어나질 않고, 어떻게 잘 지나간다는 걸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알게 된 것 같다.
성격 자체가 이래서 완전히 없어지진 않지만
그래도 이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많이 나아지고 성장했기 때문에 다행이다.
이게 다 내 주변의 좋은 사람들 덕분이다.
사. 고. 감
공통 주제에 대한 이야기~ㅎㅎ
랜선짠을 하다가 같은 주제에 대해 써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정체성으로 주제를 정했다.
정체성... 난 내가 헤테로가 아니라는 걸 안 건
정말 자연스러워서 언제인지도 기억이 안 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나는... 9살 때부터 팬픽을 읽었는걸...
게이 팬픽을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읽어댔으니
당연히 별 다른 계기 없이 자각할 수 있었다.
그때는 내가 바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사실 단정 짓지 못하겠다.
현실에서 남자는 좋아해 봤는데
여자는 좋아해 본 적이 없고
남자 좋아해 본 것도 딱 한 번이고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누굴 좋아해 보질 않았다.
연애하고 싶은 생각도 전혀 안 들어서
무성애자인가 생각도 했었는데 또 내가
유사에 이렇게 진심인 걸 보면 아닌 것도 같고...
근데 사실 이걸 꼭 단정 지어야 하나 싶다.
딱히 별생각 없이 살아도 되는 거 아닌가?
종류를 불문하고 나 자신을 정의하는 것 자체가
많이 어려운 일이기도 해서 굳이 생각하진 않는다.

비공개로 올렸다가 수정으로 쓰는 거라
아마 시간은 11시 30분쯤으로 올라가겠지만
지금은 12시 37분이다.
개인 티저가 떴다는 거다.
그리고 난 기절함.
랜선짠하다 별안간 아일짤이 되어버린 나...
하 근데 어떻게 안 그래요 제가
이게... 이게... ㅠㅠ
네가 내 늑대소년이고 청춘이고 여름이고 어쩌구
진짜 이제노 때문에 내가 이렇게 행복하다.
이제노가 나에게 행복이 되어주는 것이다.
이상으로 오늘의 일기를 마치겠습니다.
/2021. 0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