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요즘 계속 일 집 일 집 이 루트니까
뭔가 변화하는 일이 없어서 일기에 쓸 말이 없다.
물론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일기를 쓰는 건 아니지만
그냥 계속 똑같은 얘기만 하니까 쓰는데 지루하다.
그래서 오늘은 감정 위주의 일기를 쓸 거다.
사실 위주의 일기를 쓰는 데에만 익숙해서
감정 위주로 쓰면 또 새로운 느낌이 든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바쁜 건 아니었는데
이상한 고객이 너무 많아서 정신만 없었다.
같은 말을 계속 하게 해서 답답한 사람도 있었고
스무고개 하는 것도 아니고 이거 주세요. 하면
상세한 건 내가 하나하나 다 물어봐야 하는 사람,
주차 했냐고 물어보니까 굳이 티엠아이를 남발하며
내가 오늘 마트를 가려고 차를 가지고 나왔는데
마트가 쉬는 날인 걸 몰라서 백화점에 차 갖고
잘 안 나오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주차를 했다
라는 말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사람도 있었다.
대체 이런 티엠아이는 나한테 왜 말하는 겅미?
그냥 차 번호만 말해주면 되는 건데 굳이...
알바언니(인데 울 엄마보다 나이 많음)가 오늘
실수를 몇 번 하셨는데 그걸 다 내가 발견했다.
이게 금액이랑 관련된 거라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계속 내가 잘못 한 거라고 박박 우기는 거다.
아니 난 그걸 판 적이 없고 그 시간에 거기에
있지도 않았는데 자꾸 내 잘못이라고 그러길래
나도 순간 욱해서 시간 따져가며 얘기를 했다.
알고보니 당연히 내 잘못 아니고 그사람 잘못이었다.
그제서야 머쓱한듯이 걍 웃으면서 넘어가려고 하는데
얄미워서 진짜 한 대 때리고 싶더라.
난 원래 화가 잘 안 난다.
물론 탐라에서 맨날 화를 내고는 있지만
진짜 빡친 건 아닐 때가 대부분이다.
텍스트니까... 트이타니까 그러는 거지 ㅎㅎ
발화점 자체가 높은 편이기도 하고
좀 화나도 겉으로 티가 정말 안 난다.
나는 티 안 내기를 정말 잘하는 사람이다.
내가 인정하는 나의 몇 안되는 특기.
근데 보통 이런 것도 특기라고 하나?
그래도 사람이 어떻게 화가 안 날 수 있나.
나도 당연히 빡칠 때가 많다.
난 언제나 내 기분을 유의주시하고 있는데
그렇게 해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울해져서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사람이든 무엇이든 화가 나는 걸
스스로 알아차렸을 때 마인드컨트롤을 한다.
내가 지금 이렇게 열불 내서 달라지는 건 없으며
결국 내 감정소모만 하고 얻는 게 없기 때문에
더이상 이 일에 대해서 곱씹지 말자.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안정시키려고 한다.
감정 기복이 꽤 심한 편이라 (물론 티는 안남)
이렇게 하는 게 이제는 많이 익숙하다.
고등학교 때인가.. 읽었던 책이다.
산문집인데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원래 이런 감성 인스타st 책을 안 좋아하는데
그때 믿기지 않겠지만 내가 도서부였어서
늦게까지 남아서 도서관 지키는 걸 맡을 때는
심심하니까 책을 많이 읽었던 기억이 있다.
원래 책을... 잘 안 읽는 편은 아니기도 하고.
예전에 찍었던 사진인데 어쩌다가 발견했다.
"저마다"라는 말이 참 이상하게도 위로가 된다.
당연하게도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것들이 있다.
선호하는 음악의 장르, 에너지를 소모하는 방법,
성취감을 느끼는 지점 등 모든 것들이 다르다.
그렇기에 내가 다르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지.
한낱 사람이라서 일렁였고
고작 사람이기 때문에 글썽일 수밖에는 없었다는 게
나한테는 꽤나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자전거도 타고 운동도 하고 밥도 잘 먹고
6시에 리팩 나오니까 마음의 준비도 하고...
쉬는 날이라도 난 항상 똑같은 루틴이지만
가끔은 지루하기도 하지만 이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얻는 평화로움도 있기 때문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겨우면 언제든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줄
좋은 친구들도 내 옆에 있으니까!
이상으로 오늘의 일기를 마치겠습니다.
/2021. 0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