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이푸므 2021. 6. 27. 22:53

내가 요즘 계속 일 집 일 집 이 루트니까

뭔가 변화하는 일이 없어서 일기에 쓸 말이 없다.

물론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일기를 쓰는 건 아니지만

그냥 계속 똑같은 얘기만 하니까 쓰는데 지루하다.

그래서 오늘은 감정 위주의 일기를 쓸 거다.

사실 위주의 일기를 쓰는 데에만 익숙해서

감정 위주로 쓰면 또 새로운 느낌이 든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바쁜 건 아니었는데

이상한 고객이 너무 많아서 정신만 없었다.

같은 말을 계속 하게 해서 답답한 사람도 있었고

스무고개 하는 것도 아니고 이거 주세요. 하면

상세한 건 내가 하나하나 다 물어봐야 하는 사람,

주차 했냐고 물어보니까 굳이 티엠아이를 남발하며

내가 오늘 마트를 가려고 차를 가지고 나왔는데

마트가 쉬는 날인 걸 몰라서 백화점에 차 갖고

잘 안 나오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주차를 했다

라는 말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사람도 있었다.

대체 이런 티엠아이는 나한테 왜 말하는 겅미?

그냥 차 번호만 말해주면 되는 건데 굳이...

 

알바언니(인데 울 엄마보다 나이 많음)가 오늘

실수를 몇 번 하셨는데 그걸 다 내가 발견했다.

이게 금액이랑 관련된 거라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계속 내가 잘못 한 거라고 박박 우기는 거다.

아니 난 그걸 판 적이 없고 그 시간에 거기에

있지도 않았는데 자꾸 내 잘못이라고 그러길래

나도 순간 욱해서 시간 따져가며 얘기를 했다.

알고보니 당연히 내 잘못 아니고 그사람 잘못이었다.

그제서야 머쓱한듯이 걍 웃으면서 넘어가려고 하는데

얄미워서 진짜 한 대 때리고 싶더라.

 

 

 

난 원래 화가 잘 안 난다.

물론 탐라에서 맨날 화를 내고는 있지만

진짜 빡친 건 아닐 때가 대부분이다.

텍스트니까... 트이타니까 그러는 거지 ㅎㅎ

발화점 자체가 높은 편이기도 하고

좀 화나도 겉으로 티가 정말 안 난다.

나는 티 안 내기를 정말 잘하는 사람이다.

내가 인정하는 나의 몇 안되는 특기.

근데 보통 이런 것도 특기라고 하나?

 

그래도 사람이 어떻게 화가 안 날 수 있나.

나도 당연히 빡칠 때가 많다.

난 언제나 내 기분을 유의주시하고 있는데

그렇게 해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울해져서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사람이든 무엇이든 화가 나는 걸

스스로 알아차렸을 때 마인드컨트롤을 한다.

내가 지금 이렇게 열불 내서 달라지는 건 없으며

결국 내 감정소모만 하고 얻는 게 없기 때문에

더이상 이 일에 대해서 곱씹지 말자.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안정시키려고 한다.

감정 기복이 꽤 심한 편이라 (물론 티는 안남)

이렇게 하는 게 이제는 많이 익숙하다.

 

서서히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 中

 

고등학교 때인가.. 읽었던 책이다.

산문집인데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원래 이런 감성 인스타st 책을 안 좋아하는데

그때 믿기지 않겠지만 내가 도서부였어서

늦게까지 남아서 도서관 지키는 걸 맡을 때는

심심하니까 책을 많이 읽었던 기억이 있다.

원래 책을... 잘 안 읽는 편은 아니기도 하고.

예전에 찍었던 사진인데 어쩌다가 발견했다.

 

 

"저마다"라는 말이 참 이상하게도 위로가 된다.

당연하게도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것들이 있다.

선호하는 음악의 장르, 에너지를 소모하는 방법,

성취감을 느끼는 지점 등 모든 것들이 다르다.

그렇기에 내가 다르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지.

한낱 사람이라서 일렁였고

고작 사람이기 때문에 글썽일 수밖에는 없었다는 게

나한테는 꽤나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자전거도 타고 운동도 하고 밥도 잘 먹고

6시에 리팩 나오니까 마음의 준비도 하고...

쉬는 날이라도 난 항상 똑같은 루틴이지만

가끔은 지루하기도 하지만 이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얻는 평화로움도 있기 때문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겨우면 언제든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줄

좋은 친구들도 내 옆에 있으니까!

 

 

 

이상으로 오늘의 일기를 마치겠습니다.

 

 

/2021. 0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