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사랑을 알 것 같아
오랜만에 쓰는 일기...
이게 한 번 안 쓰기 시작하면 계속 안 쓰게 된다.
마치 운동을 하루 안 가면 쭉 안 가는 것처럼...
이래서 꾸준히 써야 하는 건데 그래도 딜레마를
이겨내고 오늘 티톨을 쓰니까 봐주세요 .◜◡◝
오늘이 마지막으로 일을 하는 날이었다.
최종_진짜최종_이게진짜최종_퇴근_
2019년 4월에 들어왔으니까 2년 좀 넘었다.
방학 없이 사는 게 처음이라 너무 힘들었다.
대체 왜 직장인들에겐 방학을 주지 않는 거죠?
직장인들에게도... 여름 겨울마다 방학을 주세요.
물론 이번연도는 알바로 일을 해서 많이 힘들진 않았지만
직원일 때는 10시에 출근해서 8시나 9시까지 일 하는 걸
주 5일을 했으니 지치는 것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 같다.
게다가 백화점 일은 생각보다 정말 몸을 많이 써야 한다.
일단 물건이 들어오면 박스의 무게가 상당한데
그 돌덩이 같은 박스가 창고에 수십 개가 쌓여있다.
그걸 하루에 몇 번씩 오르내리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일주일 정도 행사를 하는데
행사 까는 것도 두세 시간 동안 물건을 꺼내서 집어넣고...
한 번 깔고 나면 온 몸이 엄청 아프고 진이 다 빠진다.
일주일 동안 행사하고 나면 다시 접고...
또 한 달 뒤에 다시 행사를 깔고... 접고...
난... 죽고...
갑자기 하소연을 하고 있네.
아무튼 나 진짜 힘들었으니까 알아달라는 찡찡거림.
진상 때문에 힘든 일은 오히려 별로 없다.
보이는 건 고객을 응대하고 물건을 판매하는 게 다지만
대부분의 서비스직이 그렇듯 뒤에서 하는 일이 더 힘들다.
가족보다 매니저를 더 많이 보니까 부딪히는 것도 있다.
물론 난 티 안 내는 걸 정말 잘하는 사람이라서
매니저는 나랑 같이 일 했던 게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 참고 맞춰준 건데 좀 억울하기도 하다.
이제 내가 없으니까 그동안 나 덕분에 얼마나
편하게 일 했는지 금방 실감을 하게 되겠지.
흥. 고생 좀 해라.
진짜 이제 찐으로 백수가 되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꽤 오랫동안 열심히 일하기만 했어서
일을 안 하고 쉰다는 게 어떤지 모르겠다.
사실 난 일을 한 게 짧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이렇게 말하면 친구들이 역정 내며 아니라고 한다.
제발 나의 성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하더라.
정말 난 나한테 너무 혹독한 것 같다...
난 객관적으로 본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보다.
옛날의 나였으면 일 안 하는 게 독이었을 거다.
무기력해서 움직이지도 않고 누워만 있었겠지.
근데 지금은 운동하는 재미도 알고
하루를 부지런히 보내는 것의 재미를 아니까
일을 할 때보다 쉬면서 얻는 게 더 많을 것 같다.
어디까지나 근자감이긴 하다만
무조건 최악이 일어날 거라 생각했던 때에
비해서는 마인드가 정말 많이 좋아졌다.
이건 지금 이걸 쓰면서 느낀 점이다.
역시 글로 생각을 풀어내는 건 좋은 일이다.
허허... 오랜만에 쓰니까 할 말이 없네.
뭐 그렇기도 하고 지금 머릿속에 찐백수가
된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딴 말을 할 수가 없다.
딴 얘기 하려면 이제노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포스타입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지금 생각이 좀 복잡하긴 하다.
일 그만둬서 행복한 척 맘 가벼운 척하고 있지만
사실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들고 살짝 심란하다.
물론 행복하고 맘 가벼운 것도 당연히 맞다.
근데 한편으론... 뭔가 생각이 많아진다.
불안이기도 하고 걱정이기도 한데 이게 내가
여태까지 해오던 부정적인 결이랑은 달라서
뭔지 정확하게 표현을 하기가 좀 어렵다.
그냥 막연한 생각이나 계획들이 있는 것 같다.
쉬면서 꼭 뭔갈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가?
사실 뭘 하려고 쉬는 게 아니라서 괜찮긴 한데
계속 뭘 하면서 살아만 왔어서 가만히 있으면
이러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건강하게 쉬는 방법을 배우려고 일을 그만둔 거니까
이런 걱정들 때문에 감정을 낭비하지는 말아야겠다.
그냥 칭구들이랑 같이 트위터하고 디코 하고
친구네 집에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실컷 놀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여러 취미 생활을 하고
일 안 하고 쉬는 게 별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나한테 가르쳐주는 시간이 되게끔 만들 예정이다.
이상으로 오늘의 일기를 마치겠습니다.
/2021. 07.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