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폭풍전야

이푸므 2021. 9. 15. 04:45

진짜 오랜만에 쓰는 티톨이다.
그냥 주절주절 좀 얘기하고 싶어서 쓴다.

오늘은 일어나서 점심에 밥..
이 아니라 빵을 먹었고
설거지하고 빨래도 개고...
아무튼 집안일을 열심히 했다.
그러고 두나 병원엘 데려갔고
집에 와서는 자유시간을 가졌다.
스우파 봤어야 했는데 파판하느라 못 봤다.
업뎃 날이라 이것저것 할 게 많아서...
일어나서 다시 봐야겠다.
재방 많이 하니까 볼 수 있을듯?


사실 이런 얘기를 하려고 킨 게 아닌데...
괜히 쓸데없이 서론 좀 끌어봤다.
하고 싶었던 얘기가 뭐냐면
요즘 하루하루가 되게 평화로운데
그게 안정적인 느낌이 아니라
폭풍전야 같은 느낌이 든다는 거다.

요 며칠을 쓰레기처럼 살았다.
운동 가기 싫으면 안 가고
밥도 완전 대충 먹고
집에서 누워만 있고
하루종일 잠 자고
움직이지도 않고 살았다.
물론 맨날 그런 건 아니지만
좀 많이 그랬다는 거다.
속으론 움직여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너무 귀찮아서 그냥 누워버리는 거다.
그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으니까
다시 부지런히 움직이려고 해서
요즘은 조금 나아진 상태다.

나아졌으니 좋은 거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뭔가 계속 불안한 기분이 든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도 않고
빨리 뭘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들지도 않는데
왠지 이러다 한 순간 펑 터질 것 같은 느낌이다.
이건 분명 위험한 징조다.


글로 쓰며 좀 마음을 진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별로 불안할 이유가 없는데 불안할 때가 많다.
그냥 타고나길 예민한 성질이라 그런 것 같다.
지금도 아마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불안한 기분이 들어서 불안한 거겠지.
이게 무슨 불안탈트붕괴인가...
근데 나같은 사람이면 이해가 될 거다.
불안한 기분이 드는 게 불안한 건
정말 피곤하고 힘든 일이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는 별로 이러지 않았다.
그때는 새롭게 시작한다는 설렘이 더 컸고
계속 뭘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어차피 그 생각이 잘못된 걸 알았기에
그런 생각이 들어도 금방 떨쳐낼 수 있었다.
그건 이유가 있는 불안이었기 때문이다.
뭘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오는 불안.
이렇게 이유가 있으면 그래도 쉬운 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유가 없으면 답도 없다.
오 지금 좀 라임 쩔었다.
지금은 이유 없는 불안이다.
꼭 뭘 해야할 것 같지도 않고
내가 쓰레기 같지도 않고
돈은 좀 없지만 불행하지도 않다.
돈 안 쓰고도 잘 살아지더라.
재난지원금 25만원 감사합니다 문땡인 아저씨.
비록 포카는 못 사도 돈 있을 때 살 수 있으니까
그리고 시세 내려가고 있어서 괜찮다 ㅋ
아니 그니까 나 왜 불안하냐고?

왜 폭풍전야 같아서 힘드냐고.
요즘 좀 늦게 자긴 해도 엄청 못 자는 것도 아니고
공백기라 하루하루 지루하긴 해도
헌헌도 열심히 보고 뱅도리도 하고
파판도 졸라 하고 영상도 만들고
얌이랑 디코하며 수다도 떨고
걍 진짜 아무렇지도 않다.
너무 좋은 상태인 것 같다.
근데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보통 이럴 땐 몸을 빡세게 굴리면 된다.
근데 이거 안 좋은 방법이다.
우울을 육체적 힘듦으로 잊는 건 최악의 방법이다.



깨달았다

난 지금 우울한가보다
방금 우울을 어쩌구 했던 말 하면서 깨달았다.
우울한지도 모르고 왜 불안한지 찾고 있었다.
와타시와 오오바카다.
정말 이런 적이 너무 오랜만이라 까먹었나보다.
한창 일을 열심히 할 때는 이유 있는 우울이었어서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스스로 내 상태를 바로 알아차렸다.
그래서 이렇게 늦게 깨닫는 게 오랜만이다.

고등학생 때나 이랬다.
고딩 때는 시도때도 없이 우울했기 때문에
그냥 24시간 우울한 사람이었다고 보면 된다.
우울증에 먹힌 거나 다름이 없다.
그 때는.. 진짜 심했을 때니까.


그 이후로 처음이다. 이런 상황이.
아! 처음은 아니다.
한창 일이 너무 힘들었을 시절
내 상태를 모르고 있다가 어느날 터져서
일하다 말고 공황 오는 바람에 엄청 고생했다.
그 때 깨달았다. 내가 지금 한계라는 걸.
마침 여름 휴가를 앞둔 상황이라 다행이었다.

그런데 그때도 조금 다르긴 했다.
요즘이 힘들다는 걸 알고는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힘들다는 건 몰랐을 뿐이다.
근데 지금은 완전 아니다.
나는 요새 내가 안정적인줄 알았다.
수면제는 못 끊어도 곧 항우울제는 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할 정도로 많이 좋은 상태인줄 알았다.
이건 존나 오산이었던 거다.
아 역시 일기를 안 쓰니까 이렇게 된다.
정말 중요한 거다 일기는.


그래도 다행이다.
터지기 전에 알아서 다행인 것 같다.
이걸 알았으니 이제 문제 없다.
우울을 털쳐내는 방법은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아주 자~알 알고 있기 때문에 걱정 없다.
정말 다행인 일이다.



그리고 이제노 보고싶다 버블 좀 해 제발 이 불효자야 사랑해



이상으로 오늘의 일기를 마치겠습니다.


2021. 0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