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맥주를 먹고 잤더니 일어나기 힘들었다.
원래 난 맥주 마시고 자면 잠을 좀 잘 자는 편이다.
그래서 다음날이 쉬는 날이 아닌 이상
밤에 안 마시려고 하는데 그게 쉬운가.
나도 이제 어디 가서 술 싫어한다고는 못 말하겠다.
하지만 못 마시는 건 맞음.
아니 오늘 진짜 너무 바빴다.
백화점에서 2년 넘게 일 했지만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대체 왜이렇게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건지...
가뜩이나 주말엔 바쁜데 행사까지 하고 있었고
에스컬레이터 근처라서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계속 웅성웅성거리는데 나는 고객한테 말을 해야 하고
크게 말하다보니 목도 아프고 정신은 하나도 없고
한 번에 여러명씩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진짜 피곤했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겨우 한 숨 돌리고 또 일하고...
평소에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요즘엔 어깨나 목이 잘 아프진 않는데
오늘처럼 바쁘면 그럴 정신이 없다.
목 뒤랑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하면 그게 타고 올라와서
두통이랑 어지럼증도 오고 그러면 속도 안 좋아진다.
퇴근 한 시간 전에는 정말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근데 오히려 이럴 때 실수도 안 하고 손이 빨라진다.
이 사람이 빨리 갔으면 좋겠는 마음 때문에 그런가?
다행히 오늘 좀 일찍 퇴근하는 날이라 행복했다.
원래 오늘 일찍 끝나니까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자전거를 타려고 했는데 낮에 비가 내리더라.
그래서 땅이 미끄러워서 안되려나... 싶었는데
버정에서 집까지 오는데 보니까 우리동네는
비가 거의 안 왔는지 땅이 다 말라있길래
집에 와서 대충 김치찌개랑 밥을 후딱 먹고
두나랑 좀 놀다가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전에도 이 길을 한 번 찍었던 것 같은데...
집에서 나왔을 때가 7시 30분 정도였는데
요즘엔 이 시간에도 꽤 밝아서 자전거를 타기 좋다.
나는 눈이 좀 약한 편이라 눈 부신 것도 잘 못 참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눈이 너무 시려서 실눈 뜬다.
여름에는 좀 날이 어둑어둑 할 때 타야 눈이 편하다.
겨울에는.. 어차피 추워서 못 타고
봄, 가을에는 한낮에 파랗고 높은 하늘 보며 타는 게 좋다.
올봄은 이미 지났으니 가을을 기대해봐야지.
그때는 아마 사진에 단풍이 있지 않을까?


인스타에 이 사진들이랑 다른 것들을 같이 올렸는데
이게 여러장을 같이 올리려면 사진 비율이 같아야 하더라.
당연한 소리일까나...
그치만 이 사진들은 정방향으로 자르고 싶지 않았는데
다른 사진 때문에 강제로 자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기에 다시 원래 비율대로 올리기~
인스타 처음 하는 사람 티 내는 중...
그냥 사진 찍으면 대충 올리고 맘에 드는 것만
골라서 티스토리에 다시 올리는 식으로 할 것 같다.
가끔 셀털도 좀 하고...ㅎㅎ
근데 셀카를 어차피 거의 안 찍어서
내 얼굴 올릴 일은 정말 드물 것 같다.
인친하실 분 구합니다.

집에서 나와서 하천 갈 때까지만 해도 꽤 밝았는데
집 가는 길에는 밤이 거의 다 되어서 많이 어두워졌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에 나오면 이런 점이 좋다.
금방 어두워지는 게 느껴지니까 뭔가... 묘하다.
한국어는 묘하다는 말이 있는 게 참 좋은 것 같다.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일단 죄다 묘하다고 하기.
알아들을 사람들은 알아듣겠지 뭐 ㅎㅎ

오늘 원래 퇴근하고 자전거를 탈 계획이 있었지만
내가 실천을 하게 될 거라고는 사실 생각 안 했었고
그냥 그때 안 귀찮으면 타고 피곤하면 말고
이런 생각으로 했었던 건데 내가 오늘 집에 와서
피곤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처럼
밥 뭐 먹지 고민도 별로 안 하고 그냥 있는 거 먹고
얼른 자전거 타러 가야지 하는 생각에 귀찮음이나
피곤함 등의 감정은 뒷전이 된 게 신기하다.
좋아하는 일을 아직 하지도 않았는데
이제 곧 좋아하는 걸 한다는 생각 자체만으로
들뜨고 설레어서 다른 안 좋은 감정은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가볍고 행복한 마음만 남은 게 진짜 신기했다.
밥을 먹고 준비를 하고 자전거를 챙겨서 나가고
달리다가 사진을 찍고 산책하는 강아지를 보고
그 모든 과정에서 들었던 생각들이 굉장히 일차원적이었다.
원래 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서
결국 사고의 흐름이 굉장히 이상하고 부정적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이걸 자각하고 보니 내가 자전거 탈 땐 항상 그랬다.
그래서 내가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생각이 단순해져서...
머리가 깨끗해지고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다른 사람들은 평소에도 이렇게 살려나?
뭐... 딱히 부럽지는 않다.
나는 평소에 생각이 복잡하고 깊은 대신에
이렇게 가벼운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까~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이상으로 오늘의 일기를 마치겠습니다.
/2021. 0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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