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성실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by 이푸므 2021. 5. 29.

역시 약을 먹고 잤더니 간만에 개운하다.

머리가 가벼운 느낌? 밥 먹어도 속이 불편하지도 않다.

기분 좋게 열시 쯤 일어났는데 밑이 찝찝하더라.

정혈 터졌네 에효오오오...

속옷이랑 바지에는 묻었는데 다행히 이불까지는 안 묻어서

일어나자마자 비몽사몽한 채로 옷을 갈아입고 묻은 걸 빨고 다시 잤다.

요새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푹 자고 싶은 마음이 컸다.

 

분명 난 12시 반에 일어나려고 알람을 맞춰놨는데

눈 떠보니 세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ㅋ

역시 나에게 알람 하나로 일어나는 건 불가능한 일인듯하다.

점심을 먹어야지 했는데 뭘 해먹기가 귀찮아서

그냥 집에 남아있는 엽떡이랑 탕수육을 데워먹었다.

그래도 라면을 안 먹은 걸 기특하게 생각해보려고 한다.

 

 


 

 

알람 못 듣는 게 심각해서 비타민 젤리를 살 계획이다.

이게 알람을 끄고 다시 자는 게 아니라, 그냥 무시를 해버린다.

아예 소리가 안 들려서 끄지도 않으니까

다른 방에서 자는 친언니가 맨날 소리지른다.

하긴 나같아도 더 잘 수 있는데 한시간 내내 알람이 울리면 개빡칠 것 같다.

혼자 살면 그냥 이대로 살아도 되는데 그게 아니니까 비타민 젤리를 사 보려고 한다.

 

 

내가 남들보다 기초 건강이 약한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체력도 딸리고 쉽게 피곤해하고 금방 비실거리고...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모든 사람이 다 이러고 사는 줄 알았다.

다른 사람들도 머리가 자주 아프고 잠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잠 드는 데에 10분 이상 걸리고 조금 무리하면 바로 힘이 쭈욱 빠지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세상에 대한 배신감이 솟구쳤다.

나만.. 나만 왜!

근데 또 억울한 건 참으려면 잘 참아진다는 것이다.

머리가 아파도 참고 공부할 수 있었고 티 안 내고 남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모래주머니를 양 발목에 달고 마라톤을 뛰는 사람인 것이다.

뛸 수 있긴 있는데 그냥 남들보다 배로 힘들 뿐이지.

영양제라도 잘 챙겨 먹어야겠다.

부디 효과가 있기를...

 

 


 

 

근 2년 넘게 백화점에서 일해왔다 보니까 저녁 먹는 시간이 8시 이후에 맞춰졌다.

일을 안 하는 날이거나 일찍 퇴근하고 집에 와도 저녁은 8시~9시에 먹는다.

늦게 일어나기도 했고 정혈대 사러 나갔다가 진통제도 사고 약도 사오고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뮤뱅도 보고 끝내주게 쉬었더니 금방 저녁시간이 됐다.

어라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네? 했을 때가 8시 30분이었는데

...밥솥에 밥이 없었다.

새로 밥을 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서

냉장고를 뒤지다가 남은 파스타 소스가 있길래 대충 해 먹었다.

 

명란크림파스타인데... 사진 꼴보기 싫다...

 

베이컨을 넣어 먹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베이컨이 없어서 그냥 먹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집에 크래미가 있었네.

잘게 찢어서 넣어 먹으면 맛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나는 요리를 자주 하진 않지만 1인분은 잘 맞춘다.

만약에 엄마를 닮았으면 파스타 3인분 만들고 다 버렸겠지?

 

 


 

 

소년멘탈캠프에서 애들 성격 검사한 게 나왔는데

제노는 성실, 겸손, 정직이 높게 나왔더라.

사실 나랑은 거리가 꽤나 먼 단어들이다.

나는 성실하지도 않고... 겸손하지도 않고... 정직은... 말할 것도 없다.

근데 겉으로 보기에는 성실하고 겸손해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당연한 게, 속으로는 반대로 생각하면서 그냥 그런 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방 질려하고 그만 두고 싶어하지만 그냥 성실한 척 열심히 하는 척 한다.

속으로는 되게 뿌듯하고 스스로를 올려치고 있는데 겸손한 척 한다.

그래서 정직은 말할 것도 없다...

365일 24시간이 구라다.

 

아니면서 그런 척 하는 이유는, 그게 내 평가를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 이미지가 좋아지면 여러모로 편하다.

나는 내가 좋게 평가 받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면 집단에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실한 척이라도 계속 하면 결국 그게 내가 될 것이다.

습관이 되고 스며들어 내 특징 중 하나가 되겠지.

 

 

 

제노를 닮고싶다.

제노는 야구로 치자면 팀에서 포수같은 존재라고 했다.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융통성이 있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완벽을 강요하지 않고

집단을 묵묵히 좋은 길로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라고 한다.

 

특별히 무언갈 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든든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나를 버틸 수 있게 만들어주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니까

나도 그 사람들에게 있어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이게 날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상으로 오늘의 일기를 마치겠습니다.

 

 

/2021. 05. 28.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린 같은 꿈속으로  (2) 2021.05.31
비가 와도 봄  (1) 2021.05.29
감정을 좀 더 담아보려는 시도  (2) 2021.05.28
다시 한번  (2) 2021.05.23
아팠던 만큼 추억이 돼  (2) 2021.05.21